이 기사는 중앙 SUNDAY MAGAZINE의 7월 12일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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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뒤 향긋한 산나물, 밥상이야 약상이야
일본 가다 - 아키타 세 번째 이야기, 치유 온천과 산채
이호준 ‘식객’ 취재팀장, 만화 허영만 | 제122호 | 20090712 입력
산채(山菜)는 말 그대로 산에서 자라는 채소, 즉 산나물이다. 산채의 핵심은 자연의 힘이 길러낸 싱그러운 생명력에 있다. 따라서 자연조건이 좋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깊고 높은 산이다. 건강한 숲이 있고 맑은 물이 흘러야 한다. 여기에 사계절, 특히 겨울이 확실하게 존재해야 한다. 춥고 눈이 많은 겨울 내내 땅속에서 봄을 대비하며 에너지를 응축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하여 산채 하면 봄 산채를 으뜸으로 쳐주는 것이다. 산채로 유명한 우리나라 지역들 역시 이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산채는 일본어로 산사이(さんさい)라고 하는데, 일본의 전통 상차림의 하나인 일즙삼채(一汁三菜)의 삼채와 혼동하면 안 된다. 삼채 역시 산사이로 발음되기 때문이다.
불임 부부들이 먹는 후케노유 산채정식
아키타 산채요리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서는 치유 온천을 찾아야 한다. 치유 온천이란 치료를 목적으로 찾는 온천을 뜻한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일 양국 산채요리의 차이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소 의외지만 산채는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내에선 귀한 대접을 받는 식재료다. 산채의 종류나 생산량에서 비교가 불가한 탓도 있지만 일본 사찰요리 격인 ‘쇼진요리(精進料理)’에 기원을 두고 있어 사람들에게 특별한 요리로 인식되고 있다. 
요리 방법을 보면 일본의 경우 데침, 튀김, 절임, 조림 등의 형태가 전부여서 다양한 방법으로 산채를 식용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한다면 다소 단조로운 감이 없지 않다. 풍부하고 다채로운 산채와 채소 요리에 놀랐다는 한국 내 일본 주재원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위의 차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산채는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식이지만 일본에서는 특별히 찾아서 먹어야 하는 음식인 것이다.
반면 산채를 바라보는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약성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일본 내에서 이 약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치유 온천이다. 불임 부부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유명한 아키타의 후케노유(ふけの湯) 온천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매일 다른 종류의 산채요리를 손님들에게 선보여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도쿄에서 아키타로 시집을 와 46년간 후케노유 온천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아베 교코(阿部恭子)의 요리 설명 역시 대부분 각 산채의 약성에 할애했다.
이날 일행이 맛본 산채정식의 경우 (아홉 가지 반찬 중) 다섯 가지 산채를 내왔다. 일단 ‘말린 청어와 다케노코(죽순, たけのこ)조림’의 경우 장내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한다는 죽순의 약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후키(머위, ふき)조림’은 이뇨, 강장, 변비 치료와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좋고 ‘고고미(청나래고사리, こごみ)참깨무침’은 혈액 정화작용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며 비타민C와 칼슘이 풍부한 ‘아이코(あいこ, 해당 한국어가 없다)조림’은 소화 촉진작용을 돕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즈열매(해당 한국어가 없다), 와사비(고추냉이, わさび), 후키노토(머위꽃줄기, みずの)로 만든 3종 절임 역시 피부 미용이나 해열 등의 효과가 독보적이라고 한다.
약성이 강조되면 자칫 맛이 소홀해질 수 있지만 일본 TV에 출연했던 요리의 달인들도 대결을 포기할 정도의 안주인 손맛이니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전국에서 음이온이 가장 강하게 방출되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신선한 산채정식을 먹으니 몸과 마음의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는 듯하다. 단, 우리 밥상처럼 푸짐하게 차려지는 것은 기대하지 말 일이다.
풍요로운 산채의 땅 아키타
시라카미산지(白神山地), 초카이산(鳥海山) 등으로 둘러싸인 아키타는 일본 내에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산채 생산지로 손꼽힌다. 빼어난 쌀 맛 덕분에 일찍이 요리 솜씨가 발달하여 각종 산채 요리를 즐겼던 것이다. 여기에 희귀한 산채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서 앞서 말한 미즈열매는 도쿄 사람들도 잘 모를 정도로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아키타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로는 히롯코(달래어린싹, ひろっこ), 타라노메(두릅, タラの芽), 와라비(고사리, ワラビ), 야마와사비(산고추냉이, 山わさび), 야마이모(산마, 山芋), 젠마이(고비나물, ゼンマイ) 등이 있다.
각각의 산채요리를 맞보기 위해서는 후케노유 이외에 츠루노유(鶴の湯)와 다마가와(玉川) 온천을 찾아도 좋다. 츠루노유는 에도시대 풍의 온천탕으로 비탕(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사람들이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비밀의 온천탕) 중에서도 굴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만성부인병, 만성피부염, 고혈압, 당뇨병 치유에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츠로노유 온천의 대표 메뉴는 산마로 만든 ‘야마이모나베’와 ‘산채덮밥’을 들 수 있다. 다마가와 온천은 일본 제일의 용출량을 자랑하는 강산성 온천으로 암환자들이 자주 찾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장기 방문자가 많고 스스로 취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두 곳에 비해 요리 관련 명성도는 떨어지지만 수준급의 산채요리를 만날 수 있다.



일본 우동의 핵심인 부드러운 쫄깃
일본 기행의 첫 번째 도시는 바로 아키타. 아키타를 한자어로 하면 추전(秋田)인데 가을논이 지역명일 정도로 쌀이 유명한 고장으로 통한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기름진 쌀밥의 대명사로 통하던 추청 품종을 ‘아키바리’라고 했는데 아마도 일본의 벼 품종을 개량해 국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아키타를 응용하여 붙인 이름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러나 아키타 사람들도 처음 들어 보는 말이고 국내 정보도 시원치 않아 ‘아키바리’ 결론은 잠시 접어 둔다.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우리나라 이천과 마찬가지로 아키타 역시 명품 쌀 생산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